최근 미용실 댓글테러 사건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사건의 전말은 한 미용실 업체가 알바생들을 동원해 근처의 다른 미용실에 대한 안 좋은 후기를 쓰도록 한 것이다. 이는 근처의 경쟁 업체가 자기가 일하는 건물에 추가로 매장을 내자 이런 일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대한민국 상권의 병폐는 어떠한 것이 유행을 타면 너도나도 시작해 동종의 업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대왕 카스테라와 벌꿀 아이스크림은 한때 유행했다가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시장은 좁고 비슷한 업종이 많으면 당연히 경쟁은 치열해져 시장을 둘러싼 전쟁은 점점 더 격렬하다 못해 교활해진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비즈니스 경쟁의 일부이다”라고 했듯이 비즈니스 세계는 전쟁의 살기처럼 냉혹하다. 왜 이러한 일들이 계속 반복될까. 병법(兵法)적으로 한번 풀어보자.
<마케팅 전쟁>의 저자 잭 트라우트는 “비즈니스에 있어서 게임의 양상은 ‘타인으로부터 사업을 빼앗아 오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이제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마케팅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 작전처럼 사전에 잘 계획된 마케팅 캠페인만이 성공 확률을 높일 것이고, 전략 수립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또한 모든 기업은 반드시 경쟁자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우리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을 적절히 이용하고, 언제 어떤 공격과 방어를 펼쳐야 할지를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다시 위의 사례와 같이 상대와 동종의 같은 무기로 적진에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제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잭 트라우트 말처럼 적들이 살벌하게 포진해 있는 주변 상권을 사전에 충분히 분석하지 않고 단지 유행에 휩쓸려서 사업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주변의 경쟁업체는 나를 어떻게든 끌어 내리기 위해 온갖 중상모략을 일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의 중상모략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먼저 검도를 예로 들어보자. 검도에서는 상대와 대련할 때 항상 중단 자세로 서로 칼끝을 맞댄다. 이때 상대와의 일정한 거리가 있다. 간합(間合)이라고 한다. 간합의 거리는 상대가 들어왔을 때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안전거리이자 상대와 기 싸움을 하고 수를 읽을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반대로 공격의 순간이 왔을 때는 가차 없이 간합 내의 거리로 들어가야 상대방을 단칼에 치고 나갈 수 있다. 일족일도(一足一刀)다. 그러나 준비 없이 간합 내로 들어갔다가는 역으로 상대방에게 머리, 손목, 허리 등을 가격당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또 동양의 병법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적에 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적진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손자병법>에서는 손무는 모공(謨攻)편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으며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부가 반반이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게 된다”라고 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적을 아는 것은 곧 나를 아는 것이기도 하다. 적을 분석하면 나의 현재 위치와 기량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형(形)편에서 “소위 전쟁을 잘한다는 것은 승리를 취하되 쉽게 이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리하는 군대는 우선 승리의 조건을 다 갖추고서 전쟁을 시작하고, 패배하는 군대는 일단 전쟁을 시작한 연후에 승리를 구한다”라고 했다.
이것은 미리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형세를 만들어 놓아야 쉽게 승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허와 실을 충분히 분석하고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한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것이니 사전에 충분한 시장조사 없이 일단 빨리 시작하고 보자는 것은 손자가 말한 시작한 연후에 승리를 구하는 것으로 스스로 위태로움을 자초하는 길이다.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는 나만의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특히 틈새시장을 파고들 나만의 주특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끊임없이 연구해서 그 빈틈을 찾아내야 한다.
<오자병법>의 오기는 “공격작전은 반드시 적의 허와 실을 면밀히 분석해 그 약점을 노려야 한다”라고 했다. 즉 나의 강점으로 적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이 공격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검의 명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뭐라고 했을까.
“‘경기(景氣) 보기’는 많은 병력 싸움에서 적의 의기(意氣)가 왕성한지, 또는 쇠퇴하고 있는지를 알고, 상대의 인원수를 알고, 그 장소의 상황에 따라서 적의 상태를 잘 보아 아군의 병력을 어떻게 움직이고, 이 병법을 사용함으로써 확실히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앞의 상황을 꿰뚫어 보아 싸우는 것을 말한다. 또 1대 1의 싸움에서도 적의 유파를 잘 구분하고, 상대의 기질을 잘 보고, 그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확인해 의표(意表)를 찔러 완전히 리듬이 깨지도록 유도하고, 적의 상태의 상·하를 잘 분별하고, 그 틈의 박자를 잘 맞추어 선수를 치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그러므로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미야모토 무사시 또한 병법의 기본은 싸우기 전에 적을 충분히 분석하고 연구해 싸움에 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적이 된다’는 것은 내 몸을 적으로 바꾸어서 생각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적의 입장이 돼 생각해 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렇게 검의 명인도 사전에 충분히 적에 관해 연구하고 전투에 임하는데, 현재 한국은 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에 10개의 가게가 문을 열었을 때 5년 안에 8곳이 폐업한다고 하니 창업하기 전에 경쟁 업체에 관한 충분한 사전 조사와 그 업종에 관한 공부가 뒷받침된 필승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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