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 남성,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이라는 집단은 왜 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는가. 젠더 갈등이 격화되고, 이념과 가치의 혼란 속에서 이대남은 때로는 극우 포퓰리즘의 상징으로, 때로는 혐오주의자로 낙인찍히며 ‘동네북’처럼 취급받고 있다. 작가 이선옥은 ‘왜 이대남은 동네북이 되었나’에서 이대남의 사회적 처지와 청년 남성들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책은 이대남이라는 집단이 단순한 성별 집단 이상으로, 시대와 사회적 구조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성별 갈등은 청년 세대 사이에서 전쟁처럼 격화되었지만, 정작 왜 청년 남성들이 분노하는지, 왜 공정이라는 가치를 절박하게 추구하는지에 대한 탐구는 부족했다. 저자는 이를 “기울어진 담론장”으로 표현하며, 청년 남성들이 사회적 공론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목소리
이 책은 할당제와 같은 제도가 청년 남성들에게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분석하며,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젠더 이슈가 아니라 ‘공정과 정의’라는 근본적인 가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청년 남성들이 공정과 기회의 동등성을 외치는 것은 특정 집단을 향한 배제가 아니라, 권리가 개인 단위로 돌아가야 한다는 요청임을 분명히 한다.
특히 군복무라는 경험은 이대남 집단의 분노를 설명하는 중요한 축이다. 군복무로 인해 청년 남성들이 느끼는 불이익과 사회적 희생은 여성 중심의 혜택을 강조하는 제도와 맞물리며 강한 박탈감을 낳고 있다. 이와 같은 박탈감은 제도적 차별이 없어진 시대에도 ‘불공정’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형성하며 청년 남성들에게 분노와 저항의 이유가 되고 있다.
문화전쟁 속의 청년 세대: 성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
책은 또한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전쟁’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대남의 저항은 단순히 젠더 갈등의 문제를 넘어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둘러싼 투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저자는 이 전쟁이 청년 세대 남녀 간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근대 문명이 추구해온 ‘고유한 권리자로서 개인의 복원’이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책은 낙인과 배제가 대화와 존중을 대체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공론장이 사라지고, 대화 대신 편가르기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설 자리를 잃고, 이는 더 큰 사회적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저자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낙인찍는 일이 손쉽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현상이 한국 사회의 공론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조한다.
이대남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
‘왜 이대남은 동네북이 되었나’는 청년 남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분노의 기원을 추적하며, 이들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게 된 배경을 설득력 있게 해설한다. 동시에, 저자는 이 문제를 단순히 젠더 갈등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구조적 문제로 확장해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서로 다른 세대와 젠더 간에 이해와 공감의 다리를 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청년 남성들에게는 위로를, 기성세대에게는 반성의 기회를, 젠더 갈등의 이면을 몰랐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저자 이선옥은 청년 남성들을 이해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더 나은 사회적 대화를 촉구한다. 성별, 세대, 이념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가 다시 공론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대남을 향한 낙인을 제거하고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선옥 작가는 젠더 이슈를 다룬 비평집 ‘우먼스플레인’, 사회비평 에세이 ‘단단한 개인’ 등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해왔다. 이번 책 역시 그 연장선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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