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론 거스르는 행보, 국민의힘 정체성 흔드는 선택인가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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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16:05 | 최종 수정 2024.12.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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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 격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당론을 거스르는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한 이후 친한(친한동훈)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의 동조가 이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특히 당내 반발의 중심에는 “당론을 따르지 못한다면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리하고 있다.
정당은 개별 의원들의 의견보다 당의 공동 목표를 우선한다. 이는 구성원 간 신뢰와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명확히 정했다. 이는 단순히 권성동 원내대표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주장이 아니라,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통해 정해진 것이다.
한 대표의 탄핵 찬성 선언은 당론을 뒤집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그러나 이는 당내 절차와 민주적 합의 과정을 무시하는 행보로 비칠 수 있다. 당대표로서 중립을 지키고 당을 하나로 묶어야 할 위치에 있는 인물이 오히려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당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정당의 생명력은 조직력에 달려 있다. 구성원들이 당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정당은 정치적 집단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일부 의원들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개인의 소신일 수 있다. 그러나 당론을 거스르면서도 여전히 당에 남아 있는 것은 정치적 모순이다.
당론 반대자는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론을 따르지 않는 의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은 탄핵 찬성론을 제기하는 이들이야말로 당을 분열시키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당론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당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탈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단지 권위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당내 합의는 개인의 정치적 입장보다 우선한다. 당론을 부정하는 것은 결국 정당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행위다. 국민의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시도는 마치 집 안에서 스스로 집을 허무는 것과 같다.
특히 한동훈 대표의 탄핵 찬성 선언과 윤 대통령 제명 논의는 당내 많은 이들에게 ‘경거망동’으로 평가된다.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은 “한 대표의 주장은 사실상 대통령과 당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할 시점에서 이러한 행보는 당의 단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당론을 지키며 조직력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개별 의원들의 소신과 주장에 휘둘리며 분열을 감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당론을 무시하는 행위가 용인된다면, 앞으로 국민의힘은 정책적 일관성을 잃고 ‘개인의 집합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탄핵 찬성을 주장하는 의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다. 당론과 자신의 입장이 다르다면, 정당 밖에서 정치적 신념을 펼치는 것이 정직한 선택일 수 있다. 당론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당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결국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정당은 원칙과 합의로 유지된다. 국민의힘이 탄핵 문제를 넘어 정체성을 지키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정당으로 남으려면, 당론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에게 스스로 선택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당론을 따를 수 없다면, 스스로 떠나는 게 비단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모든 정당이 조직의 존속과 정체성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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