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 놓고 여야 공방···과거 발언과 달라진 입장 ‘유불리 논란’

국민의힘·민주당, 탄핵 국면 속 정치적 셈법 드러나

김승한 승인 2024.12.17 17:24 | 최종 수정 2024.12.18 13:22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여야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 직무 정지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헌법재판소 구성과 탄핵심판 속도·결과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를 둘러싼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통령 직무 정지 상황서 임명 불가” 주장

국민의힘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임명권을 부정하며, 헌법재판관 3인의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에만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며 “직무 정지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는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이 황교안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비판한 점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스스로 주장했던 원칙을 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17일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출처: 국민의힘)

그러나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본인의 과거 발언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형식적 임명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정치적 꼼수···탄핵 지연 의도”

더불어민주당은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추천 후 권한대행이 형식적으로 결재만 하면 되는 절차”라며 “국민의힘이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정치적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2017년,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7년 2월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라며 “황교안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는 탄핵 지연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 역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민주당은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의 임명 시도가 탄핵 심판 과정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국회의 동의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지난 16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246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출처: 더불어민주당)

이 같은 과거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현재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3~24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청문회에 불참하면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강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야의 유불리 계산 드러난 헌재 공방

이번 대립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시기와 구성에 따라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민감하게 비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심판이 법정 최대 기한인 180일을 모두 소요할 경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결과가 먼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시간을 끌고 있지만, 사법 시스템의 원칙상 이 대표에 대한 선고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9인 체제’로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헌재도 과거 사례 언급···“권한대행 임명 가능”

헌법재판소는 17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황교안 권한대행 시절에도 헌법재판관 임명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며 국민의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며 “이 사안에 대한 논의는 재판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현재의 ‘6인 체제’에서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탄핵 인용 결정을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6명 중 최소 6명 전원이 동의해야 하지만, 찬반이 나뉠 경우 추가 임명된 재판관의 의견이 결정적일 수 있다.

과거와 다른 입장···여야 ‘내로남불’ 비판 불가피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거와 다른 입장을 보이며 상황에 따라 원칙을 뒤집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옹호했으나 지금은 반대하고, 민주당은 그 당시 임명권 행사를 비판했으나 지금은 이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 유불리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와 헌법 원칙에 입각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의 ‘6인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의 다른 주요 결정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멈추고 헌재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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