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본질 망각한 한겨레·프레시안

<한겨레>와 <프레시안> 두 언론사가 최근 자신들의 감춰진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기사로 보여줬다.

먼저 <한겨레>부터 보자. 28일자 사회면 기사다. ‘곰탕집 성추행’ 집회 참가자들 “유튜브 보고 나왔다”라고 제목을 뽑은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모두 5명이다. 이재훈·장수경·장예지·이정규·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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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집 성추행’ 집회 참가자들 “유튜브 보고 나왔다”

지난 27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집회를 이들 기자 5명이 심층 취재했다는 기사다. 하지만 무려 5명의 기자가 동원돼 집회 참가자들을 심층 취재했다는 내용은 명색이 저널리스트라고는 볼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27일 혜화동서 열린 ‘당당위 집회’(출처 에펨코리아)

<한겨레>는 이날 ‘당당위’ 집회 참가자들을 가리켜 ‘극우적 목소리’로 규정했다. 게다가 일본의 넷우익 모임인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를 예를 들며 ‘당당위’ 집회를 재특회와 연관 지어 논조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이는 ‘당당위’ 집회의 취지를 왜곡해 의도적으로 극우 집회로 몰아갔다는 데 있다. ‘당당위’ 집회를 철저히 이데올로기 측면으로 접근, <한겨레>라는 언론사 집단 속에 감추어진 이데올로기를 또 다른 이데올로기로 조작하는 행태를 보여준 셈이다.

한겨레 기자 5명이 현장에서 만났다는 참가자 14명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하며 이렇게 썼다.

언론보도 보다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편향 성향이 높은 곳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당당위’ 집회 참가자들이 유튜브나 보면서 편향적인 정보만 취사 선택하는 극우 무리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2015년 8월 메갈리아 사이트 개설과 함께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했던 시기부터 줄기차게 옹호해 왔던 <한겨레>라도 이 정도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할 줄이야! 도대체 <한겨레> 내부 조직 메커니즘이 어떻길래 이런 보도가 데스킹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당위’ 집회 현장에서 필자는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 중 한 사람인 이준희(남) 기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필자는 누차 ‘당당위’ 집회의 본뜻을 설명했다. “사법정의, 성평등, 혐오 반대, 유죄추정 규탄 시위로 사법부에 무죄추정의 원칙 훼손 책임을 묻는 집회다”라고, 그리고 “오늘 집회는 남녀갈등인 성 대결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성 대결로 몰아갈 조짐이 보이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유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한겨레>와 우호적인 인물로 보이는 어느 사회비평가의 말을 빌려 “한남들의 찌질한 발악이라는 식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발언까지 곁들여 기사를 내보냈다.

‘당당위’ 집회를 가장 깊이 있게 심층 보도한 <시사포커스> 현지용 기자는 당일 집회를 5꼭지로 나누어서 가장 성실하게 기사화했다. 그 중 당당위 집회에 참여한 오명근 변호사는 현 기자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시위의 본질을 잘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곰탕집 사건은 실형이라는 공포감으로 사람들이 상식 통용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게 되는 등 신뢰가 무너진 상징적 사건”이라 말했다. 또한 “여성이 고소하면 90% 이상이 처벌받는 실정”이라며 판결 전수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당당위’ 집회를 두고 <한겨레>의 일방적인 극우 낙인찍기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사실에 입각한 취재였다. <한겨레>의 보도는 저널리스트로서 자질과 신문사의 공익적 사명을 저버린 행위다.

<프레시안> 20일자 기사 역시 필자와 연관이 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출신 전홍기혜 기자는 <백래시> 저자 팔루디 “백래시는 반드시 실패”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며 필자를 직접 겨냥해 모욕적인 언사로 보도했다.

필자는 이미 지난 8월 말 <이데일리> 주최 행사인, 제7회 이데일리 W페스타 토론 패널로 참석하기로 확정돼 있었다. 수전 팔루디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백래시>(1991)의 저자로 이데일리 W페스타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된 인물이다.

이데일리 주최 ‘W페스타’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출판한 후 페미니스트 진영으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공격을 받던 차에 필자가 토론 패널로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한 페미니스트들이 이 행사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하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압력을 가했는지는 생략하겠지만, 페미니스트 세력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와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대표적 인물이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였다.

박 기자는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백래시의 대리인을 찾습니다. 오세라비는 어떻게 탄생했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점입가경이다는 말로 시작하며 필자를 가리켜 저런 무명의 작가가 어떻게 감히 <백래시>의 저자 수전 팔루디와 한 자리에 설 수 있느냐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글로 조롱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돼 자기 정의감에 도취한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또한 젠더연구소라는 곳에서 활동한다는 페미니스트 손희정은 앞서 박 기자의 기사에 발맞춘 듯 9월 17일, 18일 이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아래와 같이 필자를 모욕하기도 했다.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이 안습. 그러나 낮은 수준이야말로 그들의 상품성이겠지.

이처럼 페미니스트 세력의 압력이 극심해지자 필자는 결국 W페스타에 못 나가게 됐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는 W페스타가 끝난 지난 20일 행사 동정을 알리는 기사를 쓰면서 필자와 수전 팔루디가 한 무대에 서는 ‘참극’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미 확정된 토론 패널이었으나 페미니스트 세력의 압력으로 불참하였던 필자를 ‘참극’에 비유하는 막말을 버젓이 기사화했다.

사진 1. 프레시안 기사 갈무리
사진 2. 프레시안 기사 갈무리

이해 못 할 점은 내용이 이런 수준임에도 편집국에서 데스킹이 돼 나갔다는 것이다. 문제의 기사는 최초로 기사화 된 지 2시간 30분쯤 후에 ‘참극’이라는 단어를 빼고 약간 수정해 다시 게재됐다. 전홍기혜 기자의 글을 본 사람들이 항의를 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론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광고와 같이 조작과 통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 사회학>(1998년 국내 출판) 중 미디어 이론 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겨레>·<프레시안>이 가진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대중들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최소한 언론사라면 사실 보도에 입각한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 저널리즘의 본질을 망각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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