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피터슨이 말하는 혼돈의 해독제 ‘12가지 인생의 법칙’

[리뷰]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이란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조던 피터슨의 발언에 주목한 시기가 2017년 말~2018년 초 무렵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때 국내를 휩쓰는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적 글을 계속해서 쓰던 중이었고, 올해 1월에 출판사와 계약한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가 7월에 나왔다. 페미니즘 비판 글은 국내 페미니즘 열풍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4년 말 경 이따금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고, 2016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국내 페미니즘 현상에 대해 분석을 하다 2016년 7월 <리얼뉴스>에 기고한 첫 글이 <메갈리아는 사회병리현상의 한 부분>이란 제목이었다. 필자는 이미 메갈리아-워마드로 이어지는 급진적 페미니즘 현상이 사회병리현상, 즉 건강하지 못하고 일종의 병적인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진단을 했었다.

조던 피터슨 교수 역시 이와 유사한 발언을 유튜브를 통해 지속해서 하던 때였다. 페미니즘이란 사회운동을 비판하는 공통점으로 인해 그를 주목하게 됐다. 이어 그를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유튜브 영상인 캐나다 토론토 대학 내에서 벌어진 난상 토론 현장을 접하게 되면서 조던 피터슨 영상은 빠짐없이 챙겨 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이며 임상심리학자인 그는 2016년 말 새로운 성정체성 관련법이 캐나다 의회 통과를 앞두자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대학 내 찬성 측 지지자들과의 격론과 설전이 유튜브에서 생생히 전파를 탔다.

트랜스젠더 인권법 Bill C-16 법안으로 불리는 성소수자들의 대안적 대명사로 불릴 권한을 말한다. he, she, him, her 이외에 ze, zim, zie, zir와 같은 성중립적인 명칭으로 불릴 권한과 이를 무시하면 위법 사항이라는 것이다.

조던 피터슨은 “c-16 법안은 발언의 자유를 제한하며 억압적이다.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법안은 사법제도 역사상 처음이다. 전체주의는 발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요지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며 대학 내 토론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렸다.

캐나다 C-16 법안 통과 당시 유튜브 영상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들의 강의실 난입과 소동이었다. 이들은 확성기, 호루라기, 물체 두들기기, 소음으로 강의를 방해하며 조던 피터슨 교수에게 ‘트랜스포비아, 혐오쓰레기, 입닥쳐’ 등 폭언을 했으나 조던 피터슨 교수의 대응 방식은 놀라웠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혀 흔들림 없이 정중한 자세로 자신이 왜 그 법안을 반대하는지, 험악한 분위기도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을 말하는 점이었다. 참으로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학생들의 험악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고 초인적인 의지, 논리 전개의 정연함은 새로운 지식인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국내에서는 유튜브의 주로 짧은 분량의 비디오클립 영상을 통해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일반 대중 강연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의 오랜 연구와 사색물의 결과가 올해 1월에 출간된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국내는 10월 말 번역돼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의 부제는 <혼돈의 해독제>다. 그는 부제에 대해 “혼돈(카오스)은 많은 사람이 느끼는 불확실성에 대해 삶의 의미, 삶에서 위치와 사람들이 의미를 찾게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한 대담 프로에서 설명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필자는 이 책을 다른 책과는 사뭇 다르게 약간은 경건한 마음으로 읽었다. 피터슨이라는 지식인을 존경하는 마음과 정체성정치 비판, 페미니즘 비판, 포스트모더니즘 비판 등에 대해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있었으며, 현재 필자 역시 카오스 시대를 보내고 있기에 그렇다.

메마른 지성의 시대, 얄팍한 지식인 범람, 가치관과 세계관의 혼란, 구루라 불리는 인물조차 찾을 수 없는 시대, 철학의 부재, 마치 망망대해에 조각배에 몸을 싣고 나침반을 잃은 채 이리저리 바람과 파도에 휩쓸리는 현실이다.

이때 조던 피터슨은 ‘전통과 관습’에 충실한 본연의 인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전통적 충실함은 아이러니하게 테크놀로지 기술 발전에 힘입은 유튜브 업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세계로 퍼져 나갔고 태평양을 건너 국내에 상륙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국내 출판되기 전부터 조던 피터슨 유튜브 영상을 보아 온 구독자들이 필자를 포함해서 상당수에 달한다. 그중 필자의 책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읽은 독자 한 사람이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해 대입수능시험을 앞둔 학생이었다.

자연스레 국내 페미니즘에 대한 비평과 필자의 책 이야기를 하며 조던 피터슨 교수까지 화제가 이어졌다. 자신은 대학 진학 후 심리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영향이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의 유튜브 영상 댓글을 읽어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감화되고 심리학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며 그의 지식 세계로 편입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절대다수는 젊은 층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던 피터슨 사상의 핵심 줄기는 기독교 세계관이다. 서구 문명의 토대인 기독교 신앙을 베이스로 해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설파한다. 필자는 과거에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적이 있지만 이후 줄곧 무신론자다. 무신론자 입장에서 조던 피터슨이 곳곳에서 들려주는 성경 구절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기독교인 독자는 필자와 상반된 감정이겠지만.

또 그가 깊은 영향을 받은 칼 융의 심리학은 필자를 매료시키지는 못했다. 칼 융의 심원한 심리학을 따라잡는데 필자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심정이 솔직하겠지만, 앞으로도 칼 융의 심리학을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치관을 있는 그대로 경청할 마음가짐이 이미 됐기에 더욱 진지한 심경으로 책을 이해했다. 유튜브를 통해 워낙 친근해져서인지 글을 읽으면서도 마치 그가 대화로 전달하는 듯했다.

조던 피터슨은 예상외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유복한 사상가가 아니었다. 캐나다 앨버타 주의 광활하고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성장하며 이른바 험한 노동자 업종을 다양하게 경험한 인물이었다. 그제야 이해가 됐다. 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통찰력으로 진실하게 다가왔는지를. 온실에서 성장해 지식만 습득한 채로 지식인 시장으로 진출한 인물들과는 왜 본질적으로 다르게 느껴졌는지를 말이다. 실제적 삶의 고통 경험과 날카로운 지성으로 갈고 닦은 정신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심리학, 임상심리학은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던 피터슨은 자신의 경험과 삶을 이야기하며 심리학으로 독자로 초대한다.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의 연속이며 세상은 시련으로 가득 차 있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인간의 내면, 심연에 잠겨있는 사악함, 사악한 행위를 보라고, 인간의 사악함은 세상의 천재지변이 주는 고통과는 차원이 다름을 직시하라고 한다. 그리고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사악함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최악의 고통을 유발한다고. 이것이 조던 피터슨 심리학의 출발점이 아니었을까.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조던 피터슨 심리학과 교수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법칙 1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이다. 뜻밖에 바닷가재를 끌어들인다. 자연이 만들어낸 모든 생명체의 구조에는 서열이 존재하고 인간은 그러한 서열 구조 속에서 살아왔다. 여기서 그는 말한다.

당신은 어쩌면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지질하게 살았다고 해서 남은 인생을 계속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세상 모든 나쁜 습관을 다 가진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나쁜 자세를 타고났더라도, 집에서나 학교에서 구박받고 괴롭힘을 당했더라도 계속 그렇게 살 이유는 없다.

어깨를 똑바로 편다는 것은 정신 역시 똑바로 하라는 신호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법칙 5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는 자녀를 키우는 한국의 부모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될 내용이다. 오늘날 온통 딸바보, 아들바보로 자녀를 양육하며 그것에 자부심을 얻는 부모들이 넘쳐난다. 조던 피터슨은 이 점에서도 단호하다.

법칙 7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인생은 필연적인 고통이 수반된다. 나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겁함과 악의, 원한 증오를 인정하라, 나의 잔혹한 심성부터 살펴라. 그런 다음 쉬운 길이 아닌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해 걸어가라고 말한다.

법칙 8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이 장은 필자에게 큰 도움이 됐다. 자기기만을 밥 먹듯 하는 현대인의 삶과, 깊은 상념에 잠기게 하며 내면의 진실을 찾게 만든다.

법칙 11은 조던 피터슨이 유튜브 업로드 영상에서 자주 설파하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특히 젊은 남자들이 소외받는 부분이다. 가부장제 혜택을 누리는 수혜자로 치부되고,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 소녀처럼 자라는 소년들 문제, 고통받는 남자아이들, 대학과 학문계 만연한 포스트모더니즘과 마르크스주의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질타하며 “유토피아적 평등이란 이름으로 재분배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건강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능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기본 요인이다.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능력과 역량과 실력이지, ‘힘’이 아니다.

이 대목은 필자의 정치철학과도 일치한다.

필자는 자기계발서 종류를 극도로 싫어한다. 아니 증오에 가깝다. 이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단순히 자기계발서류로 분류될까 염려해서다.

저자의 성장기,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친구 이야기, 임상심리학 교육 과정에서 만난 정신질환자, 저자의 가족 이야기 등을 경험을 토대로 ‘삶은 고통이다’라는 진리를 통해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며 시련을 이겨내자는 말을 하고 있다. 저자의 글 속에 등장하는 도스토예프스키, 니체도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을 부여안고 내면을 향해 끝없이 돌을 굴리는 인식의 시지프스였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조던 피터슨 심리학과 교수의 강연

조던 피터슨에 대한 오해가 있다. 바로 극우, 대안우파라는 낙인이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여러 차례 밝혔고, 인터뷰어들에게도 가끔 듣는 질문이다. 그는 극우도 대안우파도 보수도 아니다.

어느 인터뷰어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나는 보수와 멀다. 보수는 개방성이 낮지 않은가, 나는 개방적이다. 기질 면에서 보수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념에 근거해서 사회를 개조하려는 ‘선의의 시도’를 대단히 회의적으로 본다.

조던 피터슨은 책에서도 밝혔듯 1980년대 정신적 방황을 거쳤다. 기독교 교리에 흥미를 완전히 잃기도 했고, 사회주의에 관심을 두었으나, 사회주의도 실체가 없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삶에 스스로 책임지는 법, 세상 탓을 하기 전에 자신부터 책임감과 변화하는 자세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