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중잣대 민주당과 제왕적 국회, 대한민국 위기로 몰다

김승한 승인 2024.12.29 13:03 의견 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며 대한민국은 정치적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탄핵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을 초유의 사건이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다수당의 힘에 기대 헌법적 책임과 일관성을 외면한 행보가 국민적 불신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지연한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논리는 탄핵의 본질적 문제를 희석하고, 오히려 민주당 스스로의 모순과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를 강행하라고 요구한 것은 민주적 절차와 법치의 균형을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이 권한을 빌미로 권한대행을 탄핵한 점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국무총리의 탄핵 요건으로 대통령급 책임을 요구한 것은 헌법적 일관성을 결여한 채 정치적 목적에 매몰된 행보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27일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규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출처: 더불어민주당)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이 제왕적 국회로 이어지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받아왔다.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 권한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제왕적 국회의 또 다른 폐해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에까지 연쇄적으로 탄핵을 단행하며 권한 남용과 입법 독주라는 새로운 문제를 드러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다수당의 입법 권력은 헌법적 질서와 국민적 합의를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탄핵을 무기 삼아 국정 운영을 무력화하고 정권 재창출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은 단순한 정치적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정한 최후의 제재 수단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도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국정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은 재적 의원의 3분의 2 찬성을 요구하는 헌법적 요건조차 무시하고 다수결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대한민국 정치, 법치와 민주주의의 갈림길

국정 공백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여야의 극한 대립이 계속되는 한 국정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는 한국 정치가 헌법적 책임과 민주주의 원칙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 속에서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입법 권력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탄핵과 입법을 남용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정치적 목적과 법적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정치적 역사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다수당의 입법 독주가 초래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치권 모두가 국민과 헌법 앞에서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탄핵은 법치와 헌법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다수주의로 전락하며, 제왕적 국회라는 새로운 독재의 얼굴을 만들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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