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으니까.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
feat 어린왕자
하지만 여름이 지나자 망원경을 쓸 일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무민은 망원경을 집에 두고 다니는 일이 많아졌어요.
앞에서, 어쩌면 기다리는 동안이 그 후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었지?
무민도 그랬어.
스너프킨을 더 빨리 돌아오게 한 행운의 망원경 덕분에 꿈처럼 행복한 봄과 여름의 시간을 보내다가 더는 필요 없어진 망원경을 소홀히 여겨 결국 잃어버리고서야 고민에 빠지게 돼. 다행히 행운의 물건인 망원경을 너무도 좋아했던 비프슬란과 토프슬란이 잠시 가져갔다가 다시 돌려주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돼.
우리가 찾았어.
아니, 우리가 그랬어. 하지만 훔친 건 아니야. 정말이야. 널 위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었어.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물건이거든.
둘이 정말로 슬프게 말했을 때, 무민은 그들에게 입을 맞춰 준단다. 화를 낼 수도 있을 법한데 그런 용서가 가능했던 것은 “제일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이야. 무민이 간절히 기다렸던 시간과 비프슬란과 토프슬란이 제일 좋아하는 물건 사이에는 “진정한 소원”이라는 접점이 있었으니까.
SNS 등에서 자주 보게 되는 악성 댓글들, 주변에서 흔히 겪게 되는 수군거림, 헐뜯기, 몰아가기 등은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해.
사람들은 누군가 잘못을 하면 나쁜 이름을 꼬리표처럼 붙여주고 더 깊은 상처를 낙인처럼 새겨줘야만 한다는 듯이 행동해. 우리 모두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단다.
이런 시대 속에서 토프슬란과 비프슬란의 사과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둘의 순진함은 상자 안에 비단과 깃털을 넣어 망원경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준 것에서뿐만 아니라 목요일마다 망원경을 보관하게 되는 책임을 맡게 되자 고마움과 놀라움의 탄성을 지르며 행복해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어.
그토록 소중했던 것이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면 소홀해지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마음도 생기게 돼. 책임이 의무와 구속이 되는 순간이지.
그러나 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했듯 장미가 소중한 이유는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란다. 그 시간의 축적이 너의 삶이 되거든.
그러므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의 장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이 진리를 잊지 않는 것은 너의 삶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 거야. 매일같이 몸을 위해 밥을 먹고, 정신을 위해 지식을 넣고, 마음을 위해 평화를 지키듯이 나의 책임을 삶과 함께 데려가는 성장의 일부로 생각하는 거야.
무민은 알았던 거야. 토프슬란과 비프슬란이 얼마나 그 망원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무언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용기내 사과한 마음이 민망해지지 않게 둘에게 책임까지 맡겨주며 그 소중한 마음을 더 오래 지켜갈 수 있게 해준 거야.
용서를 구하는 모든 마음이 큰 용기를 낸, 어렵사리 전한, 진심 어린 마음은 아니란다. 사과의 말을 쉽게 뱉고 모든 일을 쉽게 잊는, 참으로 쉬운 사람들도 분명 있어.
그러니 우리는 분별해야 해. 참으로 쉬운 그 사람들과는 반대의 삶을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분별할 수 있어. 나와 닮은 마음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거든.
목요일은 아직 멀었어···.
하지만 아무도 몰라. 목요일이 마치 내일처럼 가까워질 수도 있어.
그렇게 믿으면 정말로 빨리 찾아올 거야.
무민의 말대로 정말로 목요일이 빨리 찾아왔어요.
닮은 마음들끼리 모여 이뤄낸 것을 감히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하고 싶구나.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다음날이 목요일이긴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목요일이 되기도 하고, 일주일이 하루보다 짧기도 한, 그런 감정적인 시간으로 우리는 살아가니까,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진실된 시간이란 그런 감정적인 시간인 거야.
닮은 세 마음들의 공통점과 그것들이 모여 이뤄진 기적, 그사이에 놓인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도 유효해. 세 친구에게 목요일이 정말 빨리 찾아왔듯이 우리에게도 꿈이 현실로 다가올 거야.
믿으면 이뤄지는 거야. 믿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거야.
순수한 믿음의 힘은 언제나 이렇게 강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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