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은 하나가 아니야

[서연의 무빙 위드 무민] 별똥별이야기 2

서연 승인 2020.12.24 12:39 | 최종 수정 2020.12.24 12:48 의견 0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면 빛이 살아나 아마 소원을 빌 수 있을 거야.

스너프킨의 말대로 둘은 처음 조약돌을 발견한 물웅덩이로 갔는데 수면 위로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어. 조약돌을 물속에 넣고 가라앉는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던 무민의 눈에 때마침 수면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빛줄기가 눈에 띄었어.

진짜 별똥별이야! 저기도 있어! 모두 다 같이 저 별을 보면 좋을 텐데!

바로 그거야, 그게 네 소원이잖아!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야. 늘 현재진행형의 Dreamer로 살아야 한다는 말, 꿈은 꾸는 게 아니라 사는 거라는 말도 같은 의미야.

그러나 불현듯 깨달은 에피파니(경험의 본질 혹은 실체가 한순간에 완전히 이해되는 것.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 스티븐의 단계적 성장 과정에 동원되는 기법)의 순간처럼 그 한번이 인생을 바꿔놓는 경우도 있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원을 결정할 수 없어서 고민이었던 무민이 진짜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 짧은 찰나에 소원을 뱉어 버린 것처럼 말이야.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거야.

무민이 머리를 싸매고 충분히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진짜 중요한 순간을 만났을 때, 마음속 깊이 내재해 있던 진짜 소원이 떠오른 것일 수도 있어. 어쩌면 진리는 아주 단순하다는 말처럼 어떤 생각도, 계산도 내려두고 정말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 때, 무심결에 펼쳐지는 것일 수도 있어.

이렇게 어렵게 찾은 소원이 정말 이뤄질지는 그 다음의 이야기야. 일단 찾는 것, 그게 중요해.

다음 날 밤, 무민은 다 같이 별똥별을 보기 위해 모두를 물웅덩이에 데려가지만, 별똥별은 나타나지 않았어. 슬퍼하는 무민에게 무민마마는 이렇게 말해.

무민, 슬퍼하지 말거라. 소원이란 알 수 없는 거야. 내일 저녁에 이뤄질 수도 있지 않니?

인생도 알 수가 없는데 하룻밤 사이의 소원과 별똥별의 움직임을 알 수 없는 거야 그리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지.

무민처럼 어렵게 소원을 찾긴 했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모처럼 온 좋은 기회를 놓친 것만 같을 때,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낙심하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어. 절대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꿈을 막연히 꾸는 것이 아니라 꿈을 품에 안고 사는 현재진행형 Dreamer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어. 아직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꿈을 안고 사는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는, 이미 부자가 된 것 같았다는 말이야. 그게 현재진행형 꿈의 힘이거든.

운이 잠시 나를 비껴가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았더라도 삶과 꿈이 동의어인 사람들에게 소원은 어떻게든 이뤄지는 법이거든. 그들은 알고 있어. 별똥별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무민(토베 얀손 지음/예림아이 출판)
무민(토베 얀손 지음/예림아이 출판)

바로 그때, 별똥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졌어요.

저길 봐, 또 다른 별똥별이야! 저기도 있어! 저기!

꼭 내가 바라고 계획했던 때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별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볼 수 있을 때가 있어. 그래서 더 행복해질 수도 있어.

그러니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지금이 아니라고 해서 쉽게 좌절하지 마. 언제 가장 좋은 결과를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수면 위에 비친 밤하늘의 별처럼 자신의 마음에 떠오른 수많은 감정과 소원 중 진짜를 꼬집어 읽어내렴. 그 빛은 자신밖에는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쓰여 있어.

별똥별은 하나가 아니지만, 그것을 읽어내는 사람들의 언어는 딱 하나야. 그래서 나눠도 좋은 거야. 별을 각자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밤하늘의 별은 그토록 다채로울 수 있는 거야. 그럴 때 빛은 더 반짝이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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