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외워두세요

[서연의 무빙 위드 무민] 별똥별이야기 1

서연 승인 2020.12.23 13:20 | 최종 수정 2020.12.23 13:36 의견 0

우리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드문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서 까만 밤하늘을 뜬 눈으로 올려다보곤 해. 별똥별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에는 소원을 빌기도 하고 말이야.

얄궂게도 너무 오래 기다려 뻐근해진 고개를 잠시 풀어준다거나 잠깐 한눈이라도 파는 사이에 별똥별이 떨어져 버려서 그 아름다운 장면을 놓친 사람들도 많아.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보느라 소원 비는 것을 잊었다고도 하고 그 순간이 너무 짧아서 미처 소원을 빌 수가 없었다고도 해. 무척 안타까워하면서.

정말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소원을 재빨리 빌 수 있다면 소원은 이뤄지는 걸까.
우리가 꿈을 대하는 태도는 어때야 하는 걸까

물웅덩이 속에서 반짝 빛을 내는 작은 조약돌을 보물이라 생각한 무민은 모두에게 보여주러 집으로 달려가.

이야! 예쁘다! 별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네! 아니, 정말 별똥별 같아.

스노크 메이든이 감탄했어요.

그게 정말 별똥별이라면 네 소원을 들어줄 거야, 무민!

스니프가 소리쳤어요.

은반지,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보물상자 등 모두들 저마다의 소원을 말하기 시작했지만, 무민만은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지 알 수 없었어.

무민(토베 얀손 지음/예림아이 출판)
무민(토베 얀손 지음/예림아이 출판)

정말 별똥별일까? 그렇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하는 거지?

무민, 네가 생각한 소원을 비는 거야. 아무도 네 소원을 대신 말해줄 순 없단다.

엄마의 말에 무민은 깊은 생각에 잠겨보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려웠어. 그러는 사이에 조약돌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지.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을 놓친 우리처럼 무민 역시 빛이 사라져가는 조약돌을 보며 초조해 해.

내가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빛이 사라질 거야. 그러면 소원도 없어지겠지?

빛 한 줄기가 떨어지는 시간,
눈 한 송이가 녹는 시간,
후, 한 숨이 촛불을 끄는 시간,

아니 시간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찰나의 순간에 빌어야 하는 꿈이라면.
빛이 사라지기 전에 소원을 말해야 하는 거라면.

무민(토베 얀손 지음/예림아이 출판)
무민(토베 얀손 지음/예림아이 출판)

꿈은 외워두는 거란다.

잠에서 깨어나 비몽사몽 상태에서도 내 이름 석자는 또렷이 말할 수 있듯이 늘 가슴에 품고 사는 거란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꿈을 사는(live) 거여야 해.

꿈을 가슴에 심고 내 앞에 놓인 길을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발걸음마다 꿈의 무게가 눌려 발자국이 된 사람,
그 자국을 하늘도, 땅도 알아보고 행운을 보내주는 사람,
걷다가 그 행운을 만나면 언제든 품에 넣은 꿈을 꺼내 보여주는 사람,
그렇게 늘 현재 진행형인 사람, 늘 Dreamer인 사람이어야 해.

별똥별이 나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억겁의 시간과 광년의 거리를 넘어 이곳까지 날아와서 이제 막 온몸의 빛을 뿜으려는 순간에 막상 내 소원이 뭐였더라, 하며 까먹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두고 그 누구도 간절한 마음이라고 말할 것 같진 않아.

별똥별이 떨어지는 짧은 찰나에 비는 소원이 이뤄진다는 오랜 믿음은 그것이 얼마나 진실이든 꿈의 이런 속성을 잘 보여주는 예일 거야.

꿈이란 늘 멀리 있어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은 것이란다.

그렇지 않니? 가까이 있는 것들은 그리 빛나지 않아. 착시라고 해도 좋아. 어쨌든 우리가 바라는 무언가는 저 멀리에, 저 높이에 있는 것들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갖고 싶어서 노력하는 것일 테고, 노력하니까 힘이 드는 것일 테지.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어.

그러면 노력이란 참으로 힘든 것이구나, 꿈을 이루기 위해, 반짝이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평생 방황만 해야 한다는 말이구나, 하며 지레 겁부터 먹고 포기해버리기도 하지. 어릴수록, 다쳐보지 않았을수록, 두려움이 두려울수록 그럴 확률이 커.

두려움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두렵지 않다는 것을 아직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상상 속에서만 커다란 이미지, 막상 겪어보면 뚜렷한 실체 없는 감정에 불과한 것이 바로 두려움이거든.

그러니까 두려워마.

우리의 꿈은 두려움보다도 훨씬 더 큰 빛을 품고 있고, 우리의 힘은 두려움보다도 훨씬 더 커서 그것을 충분히 넘어서고도 남으니까 말이야.

괴테의 말을 조금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가 지금 방황하고 있다면 분명 꿈을 향해 걷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어. 흔들리지 않고 가는 배도 없어.

우리가 그곳을 향해 가고자 하기 때문에 바람도 불고 비도 내리고 옷도 젖는 거야. 그러다 보면 해가 비추고 옷이 마르는 날이 또 오겠지. 그런 모든 일상과 경험이 꿈과 동행해야 하는 거야. 그러니 꿈은 늘 현재진행형인 거지. 평생의 삶 속에, 매일의 일상 속에, 흔들리는 걸음 속에 이미 있는 거야. 함께 가는 거고.

꿈을 외워둬야 한다는 말은 이런 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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