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feat 어린왕자
오늘은 겨울 동안 멀리 여행을 갔던 스너프킨이 돌아오기로 한 날이에요.
무민은 스너프킨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뛰었어요.
스너프킨과 강에서 갈대 보트를 타고 놀아야지.
너무 소중한 무엇을 갖기 전의 우리는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도 행복해한단다. 스너프킨을 곧 만나게 될 모습을 상상하는 무민처럼 설레고 두근거리지. 손꼽아 기다릴 만큼 바라던 그것이 내게 다가오기 직전의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하늘을 나는 기분일 거야. 어쩌면 정작 그것을 만나고, 또 얼마간 즐기는 시간보다도 순수하게 갈망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행복의 절정일지도 몰라.
그날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기다렸어요.
하지만 스너프킨은 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 의심과 불안의 감정이 슬며시 마음을 채우며 슬퍼지게 돼. 혹시나 하는 의심, 그리고 역시나 하는 부정은 곧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믿음을 순식간에 무너뜨리지.
그런데 생각해 봐.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것들이 손쉽게 가질 수 있는 것들이었는지를 말이야. 그렇다면 ‘간절’하다는 말은 붙지 않았을 거야.
‘간절’하다는 것은 그 하나를 갖기 위해 내 모든 시간과 정성을 들일만큼 절실하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걸리는 시간 동안 온갖 유혹들, 장애들이 내 믿음과 기다림의 통로에 개입하며 방해하는 거야. 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면, 이 장애를 넘어설 수 있다면 네가 바라는 것을 가질 수 있어. 그러니까 유혹과 장애는 일종의 자격증 시험 같은 것이란다. 간절한 것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너를 테스트하는 거야. 절대 그것들에 지면 안 된단다.
믿음, 오직 믿음 그 하나가 네가 그토록 바라고 기다리던 행복을 가까운 실체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명심하렴.
너 역시 바라는 것, 즉 소원을 종종 달에게, 신에게 빌곤 했지? 그게 곧 ‘기도’야.
기도하면서 ‘당장 오늘 밤, 당장 내일 아침에 이뤄지게 해주세요’라고 하지는 않았겠지? 적어도 그에 마땅한 노력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한다면 그게 곧 ‘기다림’이고.
자, 너의 소원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것이라면, 또 마땅한 정성과 시간을 들인 기다림이라면, 너의 마음 또한 자연스럽게 믿게 될 거야. 분명 이뤄질 것이라고 말이야. 그게 곧 ‘믿음’이란다.
기억해야 해.
소원은 간절한 기도이고 기도는 인내하는 기다림이고 기다림은 굳건한 믿음의 시간인 거야. 그래서 소원과 기도와 기다림과 믿음은 동의어인 거야.
이거 받아. 내 망원경이야. 스너프킨이 오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거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잘 보관해줄래?
무민은 다시 희망을 품고 돌아왔어요.
기다리고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스너프킨을 또 한 번 기다리는 무민에게 희망의 망원경이 생긴 것은 무민의 소원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것이었기 때문이야.
알고 있니?
우리가 간절하다고 믿는 것들 중 대부분은 거짓이란다.
그것을 가진 다른 사람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그것을 자신의 소원이라고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아주 많아. 만약 다른 것을 지닌 그 사람의 모습이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면 나의 소원 역시 덩달아 바뀔 거야.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그래.
그러므로 내 마음이 원하는 “진정한” 욕구, “진정한” 소원을 찾아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단다. 그런 사람에겐 반드시 행운이 따라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말,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는다는 말은 그러므로 그냥 말뿐인 희망이 아닌 거야. 여기서 스스로 돕는다는 말의 의미란 적어도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찾아내는 노력, 자신을 알아가는 지극한 정성을 뜻해. 그건 세상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다만 그런 일이 아주 희소하게 일어나는 건 내 마음의 “진정한” 욕구를 찾아내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의 반증일 뿐 거짓은 아닌 거야.
그러니 노력해야 해.
타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너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렴. 시간을 들여오래, 하나하나 파헤치듯 관찰해보렴. 아픈 곳은 약 발라주고 더러운 곳은 털어내 주고 웃는 곳은 박수쳐주고 슬픈 곳은 가만히 두렴. 그렇게 위로와 격려와 칭찬과 긍정의 눈길을 보내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렴.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feat 어린왕자
행운을 손에 쥐고 희망과 믿음 안에서 행복하게 기다린 무민에게 선물처럼 스너프킨이 빨리 도착했듯이 그 소원은 꼭 이뤄진단다.
반대로 가짜 소원을 품은 사람, 그것이 가짜인 줄도 모르고,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도 모른 채 불안에 떠는 사람에게 행운은 오지 않아.
그래,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어. 행운이라는 녀석이 안 그래도 희망과 믿음으로 씩씩한 사람들, 이미 행복한 사람들, 꿈이 곧 이뤄질 것 같은 사람들 말고, 의심과 불안의 감정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 한참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들 품에 저절로 떨어져 주면 그 행운을 잡고 다시 희망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좀 공평할 텐데, 어쩌자고 행운은 반대로 움직일까, 싶을 수 있어.
근데, 우주의 에너지가 그래. 세상의 이치가 그래.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세상이 적이라고 했어. 반대로 내가 나를 믿으면 나는 세상의 주인공인 거야.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위해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기다림의 시간 동안 행복해하면, 그 행복한 감정의 에너지가 행운을 부르고 나를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든단다.
강하다는 건 나를 믿는 힘이야. 믿음은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야. 소원을 이뤄낼 수 있을 만큼. 이 원리를 가슴으로부터 깊이 이해하는 것과 단지 귀로 듣고 눈으로 읽어 아는 것은 천지만큼의 차이가 있어.
그러니 이 문단을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고, 오랜 시간 보고, 머리로 외우고, 가슴으로 이해하도록 해. 이봐, 우리는 아직 소원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 소원을 찾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만도 이렇게 노력을 기울여야 해. 세상에 공짜는 정말로 없는 거란다.
자, 너를 믿으렴.
스스로를 마땅히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네 안에서 찾으렴.
그러려면 시간과 정성을 들일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젠 알겠지? 근거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한 거야.
네 마음에 깊게 뿌리를 내리면 세상을 다 이길 큰 열매가 차츰 자랄 거야. 언젠가 그 열매가 달처럼 커다랗고 환해지면 너의 세상이 얼마나 빛이 날지 상상해 봐. 그런 너를 완성하기 위해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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