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협의 ‘뉴라이트 비판’은 한국 사회를 흔드는 뉴라이트 사상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합리적 보수와 사이비 보수의 차이를 날카롭게 조명하는 책이다.
그러나 저자가 자칭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입장과 주장 사이에는 모순이 엿보인다.
그의 비판은 정당한 논거를 통해 뉴라이트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의 정치적 시각이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김기협은 뉴라이트의 사상을 ‘가짜 보수’ 혹은 ‘사이비’로 규정하며, 그들이 인간, 역사, 사회를 보는 시각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뉴라이트의 세계관은 단순하고 협소하다. 인간을 오직 이기적 존재로만 규정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신봉한다.
그는 뉴라이트가 “강자가 군림하는 사회”를 이상적으로 상정하고, 이를 합리성으로 포장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뉴라이트가 일제 강점기를 근대화를 위한 긍정적 시기로, 이승만을 ‘최고의 지도자’로 미화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맹렬히 비판한다.
이러한 시각은 강한 자의 자유와 행복을 절대 선으로 삼는, 사악하고도 우둔한 세계관의 결과라는 것이다.
보편적 가치 내세우지만 경직된 시각
김기협은 뉴라이트의 문제를 단순히 역사적 왜곡에 국한하지 않는다. 그는 뉴라이트의 정치적 행태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본다.
‘권력만을 위한 승리’를 추구하는 뉴라이트가 국가제도를 마모시키고, 역사적 균형 감각을 무너뜨린다는 그의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그의 주장에는 일관된 편향성이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그는 미국과 일본의 역할을 비판하며, 미일 동맹을 한국이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북한과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이는 국제 정치의 현실적 맥락을 간과한 일방적 주장이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안보 구조를 간과한 비현실적 태도로 보인다.
또한 그는 민영화를 비롯한 경제적 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며, 이를 뉴라이트가 추구하는 무책임한 자유방임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해석으로, 정책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정적 판단이다.
합리적 보수주의자? 편향된 비판자의 딜레마
김기협은 자신을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자칭하지만, 그의 주장은 전통적 보수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는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원교근공(遠交近攻)’에서 ‘근교원공(近交遠攻)’으로 외교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상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가까이하고 미국과 일본을 멀리하라는 주장으로, 기존의 국제 질서에서 한국의 위치를 급진적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으로 읽힌다. 이는 보수주의의 기본 가치인 안정과 현실주의를 간과한 것이다.
또한, 그는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을 “극우”로 낙인찍으며, 본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배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뉴라이트를 비판하는 그가 지적하는 ‘편 가르기’의 또 다른 형태로 보인다.
김기협의 책은 뉴라이트가 한국 사회와 역사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폭로하며, 그들의 사상적 허점을 철저히 분석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는 뉴라이트가 강요하는 단순화된 역사관과 세계관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를 경계해야 할 필요성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비판자로서의 균형과 신중함이 부족하다. 김기협의 입장은 뉴라이트에 대한 합리적 비판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뉴라이트를 이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기보다는, 본인이 비판하는 ‘사이비’적 태도를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뉴라이트 비판’은 뉴라이트를 이해하고 그 위험성을 경계하려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그러나 김기협의 비판이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단정적이라는 점은 이 책의 한계를 드러낸다. 뉴라이트를 넘어선 보수와 진보의 생산적 논쟁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는 책이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자기 비판과 성찰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끊임없이 다듬는다. 그런 점에서 김기협이 주장하는 ‘합리적 보수’라는 정체성이 그의 책 속에서 온전히 구현되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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